개발자 번아웃, 내가 극복한 방법 - 6개월간의 회복 기록

it by Seven Fingers Studio 14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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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년 차 개발자였던 작년 여름, 저는 완전히 지쳐있었어요. 아침에 일어나서 노트북을 켜는 게 너무 싫었고, 코드를 보면 머리가 아팠어요. 좋아하던 개발이 이제는 고문처럼 느껴졌죠.

“이게 번아웃인가?” 싶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. “난 아직 젊은데, 이 정도로 지칠 리 없어”라고 생각했거든요. 하지만 결국 6개월간의 회복기를 거쳐야 했어요.

지금은 다시 건강하게 개발하고 있지만, 그때의 경험을 공유하려고 해요. 혹시 지금 비슷한 상황이라면,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.

내가 번아웃에 걸린 이유

돌이켜보면 신호는 많았어요. 다만 제가 무시했을 뿐이죠.

1. 끝없는 야근과 주말 근무

스타트업에서 일했는데, “빨리 런칭해야 한다”는 압박이 심했어요.

  • 평일 밤 11시까지 일하는 게 당연했고
  • 주말에도 “급한 버그”라며 일했어요
  • 한 달에 3-4번은 새벽까지 코딩했죠

당시엔 “열정”이라고 생각했는데, 지금 보면 그냥 지속 불가능한 패턴이었어요.

2. 완벽주의와 자기비하

코드 리뷰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였어요.

  • “이렇게 코드를 짜다니 부끄럽다”
  • “난 왜 이것도 모르지?”
  • “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아”

지금 생각하면 다들 그렇게 배우는 건데, 저는 제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어요.

3. 운동? 취미? 그게 뭐죠?

개발하는 시간 빼면:

  • 유튜브로 개발 강의 보고
  • 기술 블로그 읽고
  • 새로운 프레임워크 공부하고

“개발을 좋아한다”고 생각했는데, 실은 강박이었던 것 같아요. “안 하면 뒤처진다”는 불안감이었죠.

번아웃의 신호들

제가 겪었던 증상들이에요. 이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, 지금 당장 쉬는 게 좋아요.

신체적 증상

  • ✅ 만성 피로 (자도 자도 피곤함)
  • ✅ 두통이 자주 생김
  • ✅ 소화불량, 속쓰림
  • ✅ 면역력 저하 (감기를 달고 살았어요)
  • ✅ 수면 문제 (잠들기 어렵거나, 자주 깸)

정신적 증상

  • ✅ 집중력 저하 (코드가 머리에 안 들어옴)
  • ✅ 의욕 상실 (좋아하던 프로젝트도 흥미 없음)
  • ✅ 짜증, 불안감 증가
  • ✅ 자책감 (“왜 이렇게 못하지?”)
  • ✅ 무기력감 (아무것도 하기 싫음)

업무적 증상

  • ✅ 생산성 급감 (예전엔 1시간 걸릴 작업이 5시간)
  • ✅ 실수 증가 (버그를 계속 만들어냄)
  • ✅ 미루기 (급한 일도 자꾸 미룸)
  • ✅ 커뮤니케이션 회피 (슬랙, 이메일 보기 싫음)

회복 과정: 6개월의 기록

1개월 차: 인정하고 휴식하기

가장 어려웠던 게 “쉬는 것”이었어요.

회사에 1주일 휴가를 냈어요. 팀장님이 이해해주셔서 다행이었죠. 하지만 쉬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.

  • 처음 3일: 죄책감에 계속 회사 슬랙을 확인
  • 4-5일: 강제로 노트북을 멀리하고 그냥 누워있기
  • 6-7일: 조금씩 산책하고, 읽고 싶었던 소설 읽기

배운 점:

  • 쉬는 게 게으른 게 아니에요
  • 재충전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
  • 몸이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

2-3개월 차: 경계선 만들기

복귀 후 가장 먼저 한 일:

업무 시간 엄격히 지키기

09:00 - 18:00 = 회사 시간
18:00 이후 = 내 시간

규칙:
- 퇴근 후 슬랙 알림 끄기
- 주말에 노트북 안 열기
- 긴급 상황? 진짜 긴급한지 생각해보기

처음엔 “팀에 피해주는 거 아닐까?” 걱정했는데, 오히려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니 생산성이 올랐어요.

“아니요”라고 말하기

  • “이것도 추가해줄 수 있어?” → “죄송하지만 현재 작업 먼저 완료하겠습니다”
  • “주말에 이것 좀…” → “주중에 시간 확보해서 하겠습니다”
  • “이번 주까지…” → “현실적인 일정은 2주 후입니다”

거절할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지만, 점점 익숙해졌어요.

4-5개월 차: 새로운 루틴 만들기

아침 루틴 (출근 전 1시간)

  • 06:30: 기상
  • 06:40: 스트레칭 10분
  • 06:50: 샤워
  • 07:00: 천천히 아침 먹기
  • 07:30: 산책 또는 가벼운 조깅
  • 08:00: 출근 준비

이 루틴이 생긴 후 하루가 완전히 달라졌어요. 출근하자마자 코드 짜는 게 아니라, 몸과 마음이 깨어난 상태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죠.

저녁 루틴 (퇴근 후)

  • 18:00: 퇴근 (강제!)
  • 18:30: 헬스장 (주 3회)
  • 19:30: 저녁 식사
  • 20:00: 취미 시간
    • 월/수/금: 기타 연습
    • 화/목: 독서
    • 주말: 친구들과 시간 보내기

개발 공부는?

  • 주중엔 안 해요
  • 토요일 오전 2시간만
  • 하고 싶을 때만 해요
  • “해야 한다”는 의무감 대신 “하고 싶다”는 즐거움으로

6개월 차: 완전히 다른 사람 되기

지금의 저는:

  • 월요일 아침이 두렵지 않아요
  • 코드 짜는 게 다시 즐거워요
  • 버그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아요
  • 일과 삶이 분리되어 있어요
  • 다른 취미가 생겼어요

가장 큰 변화: “개발자”라는 정체성에서 “개발을 하는 사람”으로 바뀐 거예요. 제 정체성 전부가 직업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.

실전 팁: 번아웃 예방하기

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실천 가능한 팁들이에요.

매일 할 것

1. 작업 전 10분 마음 정리

오늘 할 일 3가지만 정하기
- 급한 일 1개
- 중요한 일 1개
- 하고 싶은 일 1개

나머지는 내일 할 일!

2. 타이머 활용 (포모도로 기법)

  • 25분 집중 → 5분 휴식
  • 휴식 때는 진짜 쉬기 (폰 보지 말고 눈 감고 스트레칭)
  • 4세트 후 긴 휴식 (15-30분)

3. 퇴근 의식 만들기

  • 슬랙 상태 메시지: “퇴근했습니다. 내일 답변드릴게요!”
  • 노트북 닫기
  • “오늘도 수고했어” 스스로에게 말하기

매주 할 것

1. 주말은 신성해요

  • 금요일 저녁 = 주말 시작
  • 월요일 아침 = 주말 끝
  • 그 사이엔 일 생각 안 하기

2. 취미 시간 확보

  • 개발 말고 다른 거 해보기
  • 손으로 뭔가 만들기 (요리, 그림, 악기 등)
  • 몸 움직이기 (운동, 등산, 요가 등)

3. 사람 만나기

  • 비개발자 친구들과 시간 보내기
  • 가족과 연락하기
  • 혼자만의 시간도 중요하지만, 고립되면 안 돼요

매달 할 것

1. 건강 체크

  • 수면 패턴 괜찮은지
  • 만성 피로 있는지
  • 재미있게 일하고 있는지

2. 커리어 점검

  • 배우고 싶은 거 배우고 있는지
  • 성장하고 있는지
  •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지

3. 경계선 점검

  • 야근 얼마나 했는지
  • 주말에 일한 적 있는지
  • “아니요”라고 말했는지

회사와 팀에게 바라는 것

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. 회사와 팀의 문화가 중요해요.

건강한 개발 문화

좋은 예:

  • ✅ 정시 퇴근을 장려함
  • ✅ 연차 사용을 권장함
  • ✅ 과정보다 결과 중시
  • ✅ 실수를 학습 기회로 여김
  • ✅ 멘탈 헬스를 중요하게 생각함

나쁜 예:

  • ❌ “열정 페이” 요구
  • ❌ 야근/주말 근무를 미화
  • ❌ “빨리빨리” 압박
  • ❌ 실수에 대한 과도한 책임 추궁
  • ❌ 번아웃을 나약함으로 치부

내가 할 수 있는 것:

만약 회사 문화가 독성이라면, 솔직히 이직을 고려해보세요.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다닐 이유는 없어요.

저도 6개월 회복 후 결국 이직했어요. 지금 회사는:

  • 원격 근무 가능
  • 유연한 근무 시간
  • 번아웃 예방 프로그램
  • 월 1회 멘탈 헬스 데이 (유급 휴가)

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.

자주 묻는 질문

Q1: “쉬면 뒤처질 것 같아요”

A: 번아웃으로 6개월 허비하는 게 더 뒤처지는 거예요. 잠깐 속도를 늦추는 게 장기적으론 더 빠른 길이에요.

Q2: “팀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요”

A: 번아웃 상태에서 일하면 버그 만들고, 실수하고, 결국 팀에 더 큰 피해예요. 건강하게 일하는 게 팀을 위하는 거예요.

Q3: “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어요”

A: 야근으로 인정받는 회사라면 그게 문제예요. 진짜 좋은 회사는 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인정해요.

Q4: “개발이 적성에 안 맞나요?”

A: 번아웃은 적성 문제가 아니라 환경 문제예요.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, 환경만 바뀌니 다시 즐거워졌어요.

마무리하며

번아웃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. 오히려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죠.

저는 번아웃을 겪고 나서 더 나은 개발자가 되었어요:

  • 지속 가능한 페이스를 알게 되었고
  •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았고
  • 삶과 일의 균형을 찾았어요

지금 힘들다면, 혼자 버티지 마세요:

  • 팀장이나 HR에 말하세요
  • 가까운 사람에게 털어놓으세요
  •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세요

그리고 무엇보다, 스스로에게 친절하세요.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.


번아웃 경험이 있거나 지금 겪고 있나요? 댓글로 이야기 나눠요. 함께 이겨낼 수 있어요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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